한인 피해자들 '죄값 치렀다'
피고 입장하자 고함, 휴정 선언 피해자들 눈물로 ‘엄벌’요청 “85% 이상 수감해야 석방 가능”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SNC 투자사기 사건의 주범 손재만 전 사장에 대한 최종 선고공판이 열린 오클랜드 연방지법 4층 1호실 법정은 재판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손씨 재판에 앞서 환경 오염·마약 매매 등 다른 사건에 대한 재판이 먼저 진행되느라 2시간여가 소요됐지만 40여명의 한인 피해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법원 당국은 SNC 사건에 대한 민감성을 감안, 손씨 재판 개시 직전 기존 1명이던 법정 경비 인력을 연방 마샬 포함 5명으로 증원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낮 12시경 짧은 머리에 노란색 수의 차림의 손씨가 교도관과 함께 법정에 들어서자 피해자들 사이에서 결국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웰 젠슨 연방 판사는 곧바로 피해자들에게 진정해 줄 것을 요청하며 휴정을 선언, 약 15분간 재판이 지연되기도 했다. 속개된 재판에서 검찰은 철저히 준비된 범행 수법, 피해 규모 등을 들어 ‘151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고, 손씨측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한 점과 피해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판사의 허락에 따라, 6명의 피해자들이 직접 또는 법정 통역사를 통해 피해 사실 등을 증언했다. 증언자들은 “수십년간 열심히 일하며 가꿔왔던 꿈과 희망이 이번 사건으로 산산히 깨져 피폐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울먹이면서 “다시는 우리같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죄해 달라”고 요청했다. 2시간여 끝에 담당 판사가 180개월의 징역형을 최종 선고하자 손씨는 고개를 떨궜으며 피해자들과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던 손씨 가족들 사이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 피해자들은 ‘15년 징역형’은 사법 당국이 강력한 단죄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피해자 가족으로 참석한 한 법조인은 “이번 재판은 연방 재판인만큼 선고 형량의 85%는 채워야 석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우려됐었는데 법원의 단죄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한국으로 도주한 공범들이 빨리 잡혀 배상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광민 기자